지난 10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4060 인생설계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는 조선비즈와 중소기업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공동 주최로 열려 중장년층의 재취업·창업·재테크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했다. 올해에는 중장년층 20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아 구직 상담을 받고 은행·증권사·헤드헌팅 업체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었다. 특히 연금 저축과 부동산·주식 투자 등 다양한 자산 관리 비법이 상세히 소개돼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사소한 정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손에서 펜을 놓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도 보였다. 제4회 4060 인생설계박람회의 주요 강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단기 수익보단 장기 투자에 관심 가져야”
“국내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불확실할 때는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내려고 하기보다는 장기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긴 호흡을 갖고 투자하세요.”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강연에서 국내 경제와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어떤지 설명한 뒤 이런 상황에서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보다는 배당주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주가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와 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안 센터장은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중국 산업구조 변화·국내 가계부채 증가를 꼽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올 초부터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양적 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섰던 미국이 시중에 풀린 돈을 다시 거둬들이려 하자, 우리나라 등 신흥국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지수가 하락했다.
“2008년 당시 미국이 돈을 열심히 찍어내 신흥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 투자했는데, 이런 상황에 금리를 올리면 다른 나라에 나가 있는 돈이 다시 미국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얘기만 나오면 신흥국 증시가 크게 떨어지는 것입니다.”
중국 산업 구조의 변화도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 센터장은 중국이 과거에는 가공 무역을 주로 했으나 요즘은 원료·부품까지 국내에서 자체 생산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의 중국 수출량이 현저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가 많다는 점도 국내 경제의 위험 요소로 꼽혔다. 금융당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며, 부채만 계속 쌓이고 있다고 안 센터장은 말했다.
안 센터장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증시가 급등락하는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예금 금리가 1.7%였는데,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금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내릴 수도 있다”며 “반면 지난해 1.4%에 그쳤던 배당 수익률이 올해는 예금 금리와 비슷한 수준인 1.6%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어, 배당주펀드에 투자하면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이 외에도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를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권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 ETF가 약 5800개 있어요. 국내에서 수익을 못 낸다면 해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릴 기회를 찾아봐야 합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
“은퇴 후 소득 70%는 부동산투자서 나와야”
“25년 동안 은행에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관찰해보니 소위 ‘부자’가 된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은퇴에 대비해 부동산 자산 비중을 줄이고 현금 자산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하는데, 은행에 꼬박꼬박 적금을 들거나 펀드에 가입하면 결코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강남 부자들의 자산관리 비법’을 주제로 강연한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은 부동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은퇴 후 얻게 될 소득의 70%가 부동산 투자를 통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서울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의 가격이 3.3㎡당 5000만원이지만, 홍콩은 방 2칸짜리 아파트의 매매가가 30억원, 3칸짜리 아파트는 40억원”이라며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주변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부동산 가격도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지점장은 부동산 투자는 여유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 경주 소재 아파트를 5000만원에 구매해 1년 만에 1억5000만원을 번 한 고객의 사례를 소개하며 “돈이 없어서 부동산 투자를 못 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중에서도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고 지점장은 부자들이 투자하기를 꺼리는 부동산 유형으로 원룸·다세대 주택·오피스텔·도시형 생활 주택을 꼽았다. 수리비를 포함한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를 자산과 오르지 않을 자산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초보자의 경우 소형 아파트를 사고, 부동산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투자자는 수익성이 높은 상가를 사는 것이 좋습니다.”
고 지점장은 또 부동산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자산 컨설팅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하나를 잘 샀다고 해서 은퇴 후 삶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자산 관리를 통해 수익을 불려야 한다”며 “특히 통계적으로 55~65세에 사기를 당하는 일이 많은데, 노년에 무전(無錢) 상태가 되지 않으려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고 지점장은 여유 자금이 많더라도 절대 현금을 쌓아두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줄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에 현금을 쌓아두면 대부분 자녀에게 갈 가능성이 크니 부동산 자산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박선규 마이더스 hr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순) <사진 : 조선비즈 DB>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노후 준비는 20대부터 시작하라”
“노후 준비는 20~30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연금을 많이 드는 것이 좋은데요, 만약 10억원을 갖고 있다면 이 중 적어도 3억원은 꼭 연금에 넣어두세요.”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과 정반대 주장을 했다. 연금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재테크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의 고령 사회 진입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고령 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사회를 뜻한다. 이 소장은 프랑스는 노인 인구 비중이 10%에서 14%까지 높아지는 데 110년이 걸렸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6년에는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며, 이는 일본보다도 빠른 속도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소장은 “2012년에는 젊은 사람 6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렸다면 2040년쯤에는 1.75명이 1명을 먹여 살려야 할 수도 있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모든 부담을 지울 수 없으니 우리 삶은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자산 관리 방법은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돈을 묶어두는 편이 더 낫다는 고준석 지점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더 오르기 어렵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소장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재테크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국민연금 등 연금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들에 비해 연금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1980년대에, 개인연금이 1990년대에 도입됐으며 사금융 연금은 2000년대에 들어서 등장했다. 그만큼 연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도 낮고, 관심도 많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전업 주부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여기 계신 남성분들은 아내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이른 시일 내에 가입하도록 설득해주세요. 연금은 개인 사정에 따라 미리 당겨서 받을 수도 있어요. 단, 늦게 받는다면 금액이 더 커지죠.”
이 소장은 국민연금 외에도 개인연금인 ‘신 연금 저축’을 추천했다. 신 연금 저축은 소득공제 한도가 연간 400만원(월 33만3300원)이며 연간 납입 한도는 1800만원이다. 만 70세 이전까지는 소득세율이 5.5%, 70세부터는 4.4%며 80세부터는 3.3%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는 “집에 돌아가면 꼭 연금 디자인을 다시 하라”고 강조했다. 개인연금을 돈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60대에 받고, 퇴직 연금과 국민 연금은 각각 70대와 90대에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이 소장은 조언했다.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반퇴시대 대비한 경력관리 시급”
“향후 3~5년 안에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게 됩니다. 자녀를 다 키우고 퇴직하고 나서도 계속 일해야 하는 ‘반(半)퇴시대’인 만큼, 퇴직 후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미리 경력 관리를 해둬야 합니다.”
헤드헌팅 업체 마이더스 HR의 박선규 대표는 ‘성공하는 취업·이직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원하는 기업에 이직하거나 재취업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재취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현재 중장년층 재취업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그는 “작년에만 정기 인사가 끝난 대기업과 금융·건설업종에서 적지 않은 인원이 퇴직했는데, 올해는 약 2000개의 부실기업이 생기면서 퇴직 인원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향후 5년 안에 퇴직자 수가 현재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중장년 퇴직자를 위한 재취업 자리도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취업 시장의 수요·공급 간 불균형이 점차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경쟁력은 전문성에서 나온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 다음으로 구체적인 취업 목표와 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했다. 그는 “기업이 한 번에 뽑는 경력직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며 “그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보고 다른 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과 전문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성에 맞는 기업을 찾기 위해서는 정보 탐색이 ‘생명’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잡코리아’와 ‘사람인’을 비롯해 ‘링크드인’, ‘워크넷’과 정부에서 운영하는 취업 관련 사이트, 각종 취업 카페에 수시로 접속해 최신 정보를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박 대표는 평소에 경력과 평판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입사원도 평판 좋은 사람을 뽑는 시대입니다. 임원들도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문성을 쌓아 미리미리 평판 관리를 해둬야 합니다. 특히 잦은 이직은 재취업을 할 때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어요. 서너번 이직한 임원들이 경력직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표를 낼 때는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이력서를 주기적으로 수정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성과를 냈으며 네트워크는 얼마나 탄탄한지 등을 이력서에 최대한 기입하라”며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내용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noja@chosunbiz.com·이재은 조선비즈 기자 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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